제가 수 놓을 때 싫어하는 4가지가 있는데 여기 몽땅 모였두만요.^^

첫째, 원단이 팽팽하지 않고 흐물거리면 수놓는데 헛심이 들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러실 테니 부연설명 생략.^^
아무튼 수틀에 짱짱하게 걸지 못한 이유로 수가 헐렁하게 놓여지는 느낌이다 보니 조금씩 당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쪼골이 될까봐 다시 느슨하게.
아고 진퇴양난~~ ㅋㅋ  

둘째, 동일기호가 대략 일직선 아래로 내려오면 최상이고,
그게 아니라 대각선 방향으로 분포할 것  같으면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쪽으로의 흐름이 저는 좋아요.
저 수놓는 방식으로는 그래야 실의 진행방향이 자연스러우면서 신경 안써도 수결이 고만고만 나오거든요.
기호가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향하면 실도 꼬이고 X자 모양도 야물딱지게 안나와서 도안 선택할 때도 이 점을 고려하는 편이에요.
근데 사진에 보시다시피 치맛주름이 절묘하게도 제가 선호하는 방향이랑 딱 반대로 잡혔어요.ㅎㅎ

셋째, 차라리 지진이 낫지 뭉텅이는 당췌 체질에 안 맞아요.
대체로 저녁 시간에 수를 놓기 때문에 안 그래도 식곤증과 고단함이 몰려오는 시각인데 계속 한 색으로 하다보면 꾸벅꾸벅 조느라 진도가 더디거든요.
근데 154번 실이 두 장에 두 개 가까이 들어갔어요. 히잉~~
그렇다고 몽창 뭉텅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사진엔 죄다 시커멓게 나와서 식별이 어렵지만 치맛자락 사이사이도 나름 색변환 심했어요. ^^

넷째, 지진도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이 좋지, 동일계열이라 표도 안나는 색변환은 별로인데 다음 장이랑 인접해 있는 옅은 색 부분이 딱 그래요.
거가 거구먼, 뭘 한 땀씩 자꾸만 색깔을 바꾸라는 것인지....ㅋㅋ

순번 매겨가며 장황하게 늘어놓긴 했는데 다시 보니 옹색한 해명, 비겁한 변멍에 불과하네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누가 흉 볼까봐  설레발치는 것 같아요.
원래 고수는 말이 필요없는 법.
다시 말해 말이 많다는 건 고수가 아니라는 반증.
아~~ 언제나 난 고수가 되려나? ㅎㅎ



<뽕마담 맛배기>

 
 
완전 해갈은 멀었지만 초록 드레스 맛배기로 뽕마담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구요.ㅋㅋ 
이런 자잘한 효과 말고도 큰 줄기를 따라가면 득이 무척 많았지요..
언제 제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솜씨를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겠어요?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쓸어가며 깨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배움은 없다고 봐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산교육이 아니겠습니까?

대모의 명품수결 바로 옆칸에 수를 놓은 것도 영광이고 
한 작품을 여럿이 함께 하는 울트라 프로젝트에 동참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고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을 함께 해 나가는 것도 지대한 감동이고 그렇지요.

2010년 최초 기획 당시만 해도 과연 이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었는데
중간에 잠시 난항이 있었을 뿐, 어느덧  제가 열여섯번째 울프가 되었네요.
이제 작품이 중반을 훌쩍 넘어 후반을 향해 가고 있으니
보면 볼수록 신기하면서 우리가 참으로 위대하게 여겨집니다. 


<흐뭇하여라^^>

천사리지

2014-08-21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