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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리지
라비앙로즈_뒤피 {개별도안} #25/28
   [제25장: 다리야 다리야]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였을까요? 테이블의 상판과 몸통을 연결하는 부분에 어찌나 색실이 많이 들어가던지요. 사진으론 식별도 안되지만 테두리 따라가며 칸칸이 다른 색이라 모가지가 아주 두툼해졌어요. 덕분에 무게중심이 흔들려 꾳병 쏟을 일은 없겠네요.^^ 그냥 좀 일반적인 사각 테이블을 가져다 놓을 것이지, 저렇게 다리를 배배꼬고 있는 걸 그려서는 분량에 비해 시간을 꽤 잡아 먹었어요. 여기도 다리, 저기도 다리, 다기가 사람잡네요. 제가 괜찮아지니 울엄니가 입원을 하셔서 또다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어요. 후다닥방에 간단히 적기는 했지만... 엄니가 3년 전에 횡단보도에서 학원 봉고차에 치여 대퇴골이 동강났었어요. 팔순 나이라 수술하더라도 걸을 수나 있을지, 아니 설 수나 있을지, 아니 집에 돌아갈 수나 있을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수술 후에 폐혈전이 생겨 중환자실을 오가면서도 잘 견뎌내고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아서 지팡이 짚고 혼자 운신하실 정도는 되었지요. 물론 뼈에 못을 박고 이어붙이고 했기 때문에 늘 아프기야 하지만, 그래도 양다리 다친 게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시며 씩씩하게 잘 다니셨어요. 대부분의 엄니들이 그렇듯이 울엄니도 바지런하신 정도가 아니라, 잠시도 몸을 가만 두지 못하는 분이세요. 활동량이 많으니 그러다 행여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늘 걱정이 앞서 다리 조심하시라는 얘기를 기회될 때마다 했지요. 일부러 원색적인 표현을 골라, 다리 또 다치시면 이제는 끝장이라고, 아주 강한 어조로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구요. 그런데... 그동안 괜찮았으니 방심을 하셨나 봐요. 저녁에 집앞에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꽈당!! 수술한 다리의 접합 부위 위쪽으로 이번엔 뼈에 금이 갔어요. 더 벌어지면 안되니 또 못박는 수술을 하고 결과가 괜찮아서 이틀째도 이상없이 넘어가는 듯했는데... 형제들이 여럿이니 교대로 엄니를 돌보고 있어요. 언니는 공부 중에 있고, 남동생은 대학에 있고, 여동생은 저랑 같아서 마침 모두들 시간 여유가 비교적 있는 방학이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간호가 보통 일이 아니어서 회복기에 있는 단순 환자같으면 간병인을 쓰겠지만, 경과를 예의 주시해야 하고 어차피 보호자가 지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돌아가며 하고 있는데, 병원에 제가 있던 날이었어요. 남동생이랑 제가 아침에 바톤터치한 후 얘기도 낮엔 또랑또랑 곧잘 하셨는데, 저녁 드시고 난 뒤부터는 자꾸 졸리다 그러면서 눈을 계속 감으시더라구요. 내 말에 반응도 안하고, 노인네지만 눈이 반짝반짝하는 분인데 눈빛도 흐릿해지고... 이젠 통증이 좀 가라앉아서 그런가 보다 싶으면서도, 마취 상태도 아닌데 좀 이상하게 생각하곤 있었지요. 저녁 9시쯤 윗층에 사는 분이 퇴근길에 병문안을 오셨는데, 주무시니 깨우지 말라고 자꾸 만류하시는데도 아무래도 느낌이 좋질 않아서 일부러 더 깨워봤지요. 그런데 눈만 잠시 떴다간 다시 감고, 또 감고, 눈에 촛점도 없고, 이마와 뒷목엔 땀이 나고, 흔들어도 반응이 없고. 내가 누구냐 물어도, 여기가 어디냐 물어도 묵묵부답. 간호사한테 달려가 상태를 알렸지요. 의료진이 몰려오고, 장비들이 들어오고, 몸에 이것저것 꽂고. 계속 때려서 깨우더군요. 지금 잠드시면 안된다고. 페에 문제가 생겨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어가는 중이었었던 거예요. 산소통 매달고 호흡기 끼고 의료장비로 체크하니 위험 단계. ㅠ.ㅠ 제가 좀 둔해서 그냥 주무시는 걸로 알고 같이 잠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해요. 응급처치 후 폐에서 물 좀 빼내고, 산소포화도 계속 체크하고, 호흡 연습하면서 서서히 호전되가고 계세요. 명절증후군이고 뭐고... 병원생활 않고 내 발로 걸어다는 것만도 큰 행복이다 생각하는 요즘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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