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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리지
라비앙로즈_뒤피 {개별도안} #22/28
-2015.01.31 일기  빛 부족을 감안 못하여 어둡게 찍혔고...^^  방황하는 촛점을 고정시키지 못하여 뿌옇게 찍혔고...^^  틀어진 앵글을 바로잡지 못하여 삐뚜루 찍혔고...^^ 열 장 중에 세 장을 추리긴 했지만 하나도 흡족한 사진이 없네여.ㅎㅎ 플젝 시작하며 생긴 말일신드롬. 0시 되기 전에 자수일기 한 장 더 올리려 11시 넘어 귀가해서는 수선떨고 있슴다.  --------------------------------------------------- [제22장: 삼차신경통이 몹니까?]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제가 연초부터 우측 안면부에 격한 통증을 느끼지 않았겠습니까? 문제는 원인 불분명이라는 것이었죠. 치통이 심한데 이와 잇몸은 괜찮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데 귀는 말짱하다, 콧속도 아픈데 코도 괜찮다, 안구도 쑤신데 눈은 정상이다, 턱도 빠질거 같은데 턱관절 이상 없다, 그럼 대체 얼굴에 눈코입귀이턱 말고 뭐가 더 있냐고요??? 그래서 A치과, 이비인후과, B치과를 전전하다 안면에 저주파 물리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되었었지요. 100%완쾌는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계획된 일정대로 겨울휴가를 떠났습니다. 완도를 거쳐 배에 차 싣고 바다 건너가 서귀포 집에 짐을 풀고는...  하늘도 바다도 어찌나 맑고 푸르던지요. 제주 바다는 어딜 가도 다 좋지만 협재와 비양도, 성산포와 우도 해변을 저는 제일 좋아해요. 거긴 많이 갔으니 이번엔 함덕 쪽으로 고고~~ 바람은 좀 불었으나 봄기운이 살며시 느껴지더군요. 역시나 봄은 남녘에서 오나 봅니다. 폰으로 몰카 찍을 땐 미리 말하라니깐...^^  용암동굴의 생성과정, 용암유석, 용암석주 등 지질학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제주에서 오름도 이제 올라갈 만큼 올라가 봤고, 올렛길도 걸을 만큼 걸어 봤고, 유명한 곳, 무명한 곳, 여러 곳 헤집고 다녔으니 이번엔 색다른 체험을 해보자. 그래서 찾아간 데가 사격장. 난생 처음 실탄 장정한 권총을 들어봤습니다.ㅎㅎ 총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마개 착용 안하면 사격장에 들어서지도 못하게 하더군요. (제가 무심코 헤드폰이라 칭해서 몇 사람 웃겼지요.) 과연 저처럼 간땡이 쪼매난 사람이 총을 쏠 수 있을지 저조차도 제가 미심쩍었지만, 깡다구로 말할 것 같으면 100위 안에는 드는지라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발은 내 총소리에 내가 화들짝 놀라며 과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채 총알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ㅋㅋ 두번째 발, "8점~" 하고 불러주는 소리에 용기백배해서 이후 신나게 방아쇠를 당겼지요. 너무 난사했는지 4점도 있고, 5점도 있고.^^ 마지막 발, 9점. 정중앙 10점은 명중 못했지만 탕탕 쏘는 그 호탕한 기분이란... ^^ 내가 누구냐고, 대한민국 군인하면 육군병장 김병장 아니냐고, 큰소리 뻥뻥치신 김병장. 물론 총점은 저보다 높았지만 10점짜리 피해간 걸로는 도찐개찐.ㅋㅋ 자긴 권총 전문이 아니라 장총 전문이라나 모라나.^^ 원래 1인 12발에 35,000원인데 쿠폰 확보하면 3만원 쯤으로 할인 되겠지요. 그래도 둘에 6만원은 되니 비싼 게 흠인데, 저희는 운 좋게도 특별이벤트 기간이어서 커플요금 적용받아 4만원에 이용했어요. 네... 여기까진 무척 재밌고 신나고, 참 좋았습니다만.... 또 다시 제게 통증이 찾아와서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했어요. 가만 있을 땐 둔통 정도였지만 일단 왼쪽으로 씹기 시작하면 오른쪽에 강한 통증이 와서 좀처럼 뭘 먹기가 곤란했죠. 대충 녹여서 먹거나 얼버무려 삼키다가 병원가야지 안되겠다 싶어 날짜 당겨 올라왔어요. 다음 얘기는... 자고 일어나서 낼 오전에 쓸게요. ㅎㅎ -------------------------------------------------- 1박2일로 쓰는 자수일기. ^^ 컴이 딸 방에 있는데 따님이 침대에서 책읽다 잠드셨기에 불 꺼주고 나오느라 어젯밤에 마무리를 못했네요. 원래 올빼미형이라 아주 늦게나 잤었는데 인턴질이 힘들긴 힘든가 봐요.^^ 아점 먹고 치우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곧 이어서 쓰겠슴다. 무슨 기일 맞춰 대본 넘겨야 되는 드라마 작가 같아요. ㅋㅋㅋ --------------------------------------------------- 씹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견딜만은 해서 제주 떠나오기 전에 중문면세점에 갔었지요. 올해는 세법이 바뀌어서 '월급자들 연말정산 폭탄'이라고 연일 뉴스에 나오니 나도 과연 얼마를 토해내야 할지...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무슨 로또당첨 같은 일인지 130만원을 환급 받는다더군요. 13만원만 환급이래도  할 일인데 130만원이라니. 사립대 등록금이 원체 비싸니 그 부분에 혜택이 있었나 봐요. 사실 매달 제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해갔으니까 내 돈 내가 돌려받는 거지만, 완전 공짜돈 생긴 기분에 가방 하나 정도는 기념으로 사도 되겠다 싶었지요. 제주공항이나 제주항이나 그렇게 들락거려도 별로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 면세점을 아이쇼핑으로 지나가곤 했었는데 이번엔 상표는 다르지만 두 개나 꽃혀서 가방이랑 백팩이랑 수년만에 질렀네요. 무슨 대단한 명품은 아니고, 용도에 적합하고 제 맘에 쏙 들어서 아주 잘 들고 다닐 거 같아요. 면세가에서 10% 추가할인까지 받아 투백을 득템하고 여기까지도 좋았습니다만.... 완도로 건너오는 블루나래호에서 사단은 시작되었지요. 해먹처럼 배가 조금씩 흔들리니 요람인듯 편안해서 깜빡 잠이 들려고 했나 봐요. 하지만 그 순간!! 위아래 이빨이 맞닿으면서 스파크가 튀는 듯, 마치 감전된 듯한 강렬한 통증이 우측 안면부를 강타하더군요. 한동안 얼굴을 파묻고 신음을 삼키고 있으니 몇 분 후에 서서히 가라앉긴 했어요. 제주항에서 완도항까지 2시간이 안 걸리는데 고통이 가시고 나니 몸이 긴장을 했어서 그런지 목이랑 어깨가 뻐근하더군요. 마침 선박 한 쪽 휴게실에 안마의자가 준비되어 있기에 거기 앉았죠. 10분에 천원. 여기저기 주물러주니 스르르 졸음이 몰려왔겠지요. 나도 모르는새 깜빡 잠이 들려는 순간, 또 다시 2차 전류가 지지직~~ 그 자지러질 듯한 통증이란...ㅜ.ㅜ 절대로 잠들면 안되겠구나. 제주에서 미리 대학병원에 예약해놓은 시간에 신촌 세브란스로 향했습니다. 치통이 제일 심한데 엑스레이를 치과 두 곳에서 찍고 검사 받았지만 이나 잇몸은 괜찮다고 한다. 이비인후과도 이상 없단다. 근데 난 너무 아파서 현재 저작 불가, 취침 불가다. 여기까지 얘길 들어 보더니 삼차신경통 증세와 일치한다더군요. 삼차신경통??? 삼차방정식은 내가 좀 풉니다만 삼차신경통은 대체 몹니까? 속으로 생각만 하며 배시시 웃었지요. 닥터의 친절한 설명이 계속되었어요. 뇌에서 안면으로 세 줄기의 신경이 내려오는데 그걸 삼차신경이라 부른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환인데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수 초 또는 수 분간 지속되다가 슬며시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진통제는 안 듣고, 치료제는 부작용이 있고, 완치도 어려워서 아주 골치 아픈 병이다. 세수할 때 아프다는 사람, 씹을 때 아프다는 사람, 사람마다 다양한데 어떤 사람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한다. 헉!!!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 당장 죽을 병이 아닌 건 다행이지만 원인도 몰라 결과도 몰라? 검색질에 의하면 드물긴 하지만 뇌종양에 의해 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그렇기도 하다는데 어쩐지 요새 잠이 늘고 전신피로감이 있는 것 같기도 했어. 아냐. 이 무슨 방정 맞은 생각을? 그럴 리가 없어. 10만 명 중에 4,5명 꼴로 발생한다고? 그럼 2만분의 1보다 작은 확률이라는 건데, 야구장 관중석을 가득 채운 그 바글바글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 무슨 이런 희귀질병을? 일단 일주일 분의 약을 처방 받았고 차도가 있는지 경과를 봐가며 향후 치료 방향을 잡아가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약을 복용하며 심란하게 이틀을 지냈는데 첫날은 비교적 통증이 완화되는 듯했지만 배에서 처럼 자지러질듯한 격통만 아니었을 뿐, 둘째날은 종일 아파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원인이 치아 쪽에 있는 걸로 제 생각은 굳어져갔지요. 그래서 다시 치과를 갔어요. 충치가 없다 그랬지만 아무래도 난 제일 안쪽 어금니가 문제인 것 같으니 재검사와 더불어 신경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했죠. 금으로 씌운 이라 뜯어내면 또 비용이 들고, 신경치료하려면 생니를 갈아 구멍을 내야 하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했을 때 나아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고 치과샘이 말하는 데도, 아무 효과 없어도 토달지 않겠다, 아파서 돌아가시겠으니 일단은 그 신경줄이라도 좀 죽여달라. 그리하여 잇몸에 마취주사 두 방 맞고 혐의가 유력한 이의 베일을 벗겨냈지요. 아.. 어찌 이런 일이... 치과샘의 탄식. 글쎄... 제 어금니가 속에서 금이 간 거였어요. 그것도 실금이 아니라 육안으로 식별 가능할만큼 위아래로 쫙~~ ㅠ.ㅠ 그러니 엑스레이 판독으로는 어느 누가 봤더라도 못 찾았겠지요. 이하필 여사의 하필스토리가 여기서 빠지면 되겠나요? 하필 금 씌운 이빨이, 하필 안쪽으로 금이 가서, 계속 아픈 게 아니라 어떤 자극에 의해 아팠다 안 아팠다, 그리하여 의사들마다 오진을 유도해낸 것이지요. 엑스레이 결과 괜찮고 일반적 치통과는 증세가 다르니 치과 쪽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을 것이고, 이비인후과나 치과쪽은 이상없다 그런다고 내가 말했으니 세브란스에서는 그렇다면 남은 건 신경줄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그래서 확진은 아니지만 삼차신경통을 의심했겠지요. 근데 ... 저주파 물리치료 받고 치통과 두통이 가셔서 한동안 사는데 지장 없었던 건 맞아요. 그럼 여러가지가 동시에 발병했었던 것일까요? 이는 금이 가고, 안면엔 염좌가 생기고, 신경줄엔 스파크가 튀고? 그래서 의사들이 돌아가며 헷갈리고? 이렇게 될 확률은 대체 얼마일까요?ㅎㅎ 아무튼 금이 길게 간 치아는 신경치료 중에 부서져 버리거나 얼마 못 쓰고 발치할 일이 생겨서 임플란트로 가게 된다지만, 지금 그깟 임플란트가 대수겠어요? 삼차신경통 같이 골 때리는 병만 아니라면 이런 건 일도 아니지요. 신경치료 딱 한 번 받았는데 통증이 98%는 사라졌어요. 그래서 어제는 종일 밖에서 놀았다죠. 이젠 잘 먹고 잘 자고 하루만에 다시 지옥에서 천국으로 돌아왔어요. ㅎㅎ 앞으로 두세 번 더 신경치료 받으면 100%될 거라고 믿고 싶어요. 이렇게 해서 근 한달 간 안면통과 싸워온 이야기는 끝을 맺어야겠지요? 긴 스토리 1박2일간 읽어주시느라 애쓰셨어요ㅋㅋㅋ 베리베리 땡큐입니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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