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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리지
<183>라비앙로즈&양귀비꽃밭_#준비
-2014.07.15 일기  [제0장: 서른 살 혹은 장밋빛 인생] 진행 중이던 작품 끝내고, 우리의 유제니 마치고, 그러다 보니 2014플젝에 이제야 합류하게 되었어요. 올봄에 대대적으로 플젝이 시작되고, 몇 달간 의연한 척, 진득한 척, 짐짓 점잔 빼고 여유 부리며 있었지만 내심 얼마나 애가 닳았을까요? 더 쳐지기 전에 빨랑 스타트하고 싶어서...ㅎㅎ 야구 보며 수놓는다고 나의 Gilbert (길벗)이 붙여준 별명--야수파. Hey 야수파~ Why 야수파~ 뭐해 야수파~ 수놔 야수파~ 야수파, 야수파, 하며 장난치다가 진짜로 어느 순간, 야수파한테 훅~가가지고는 그 많던 플젝 후보작들을 단숨에 물리쳤어요. 내가 이 작품을 그동안 왜 놓쳤을까?....의아할 정도로 폭 빠져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했지요. 기존 유료도안도 충분히 멋지지만 핑크빛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개별도안을 요청했구요. 뽀언냐는 이제 하다하다 벽지 리폼까지 해야 한다면서도ㅋㅋㅋ 제 기대를 120% 충족시켜 주셨어요.^^ 이 그림을 언제 처음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제 어슴프레한 기억에 의하면 약간 낯설고 어색한 구도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낙점하고 난 뒤에 보니 요것이 들여다 보면 볼수록 묘하게 사람을 당기는 마력이 있더군요. 방 가운데가 아닌 방 가장자리, 대체로 사람의 시선이 잘 머무르지 않는 모퉁이를 중앙부 쪽에 배치했다는 것이 꽤 흥미롭고 이런 독특함이야말로 저를 한방에 훅~ 가게 만든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핑크빛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거구요.^^ 사진에는 촛점이 가출해서 식별이 어렵지만 그림 하단에 쓰여진 것이 30 ans ou la vie en rose. Roul Dufy. (30앙 우 라비앙로즈. 라울뒤피)입니다. 불어를 영어로 바꾸면 ans-->years, ou-->or, la: 관사(여성형), vie-->life , en: 전치사?, rose: 다 알으~ㅋㅋ 그래서 우리말로 하면 <서른 살 혹은 장미빛인생> 이란 뜻이 됩니다. 그림 제목을 화가가 그림에 써놓은 것이지요. 불어사전의 도움도 있었지만 고딩 때 한두 해 배웠던 불어가 욜케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어요. 역시 사람은 뭐든지 열심히 배워야 해요.^^ 일필휘지의 뒤피 필체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막 설레요. 꽂혀도 단단히 꽂혔지요? ^^ 꽃 무늬 벽지, 꽃 그린 그림, 꽃 꽂은 화병, 꽃과 일체가 되버린 탁자. 이 모든 것이 핑크빛에 어우러지면서 제 눈엔 범상치 않게 보이고, 정물 하나하나가 그림 제목에 무척이나 부합하게 느껴져요. 서른, 잔치가 끝났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 그 나이. 아마도 서른 살이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핑크빛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세상의 한 모퉁이를 응시하는 것과 같은 것. 화사하지만 한편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따스함이 감돌지만 일면 눈이 시리기도 하고, 부조화스러운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조화로운.... 제가 생각하는 명화란 1) 감동을 주거나 2) 어떤 상상력을 일으키거나 3)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것인데 다소 문학적 해석이 가능한 이 작품은 이런 의미에서도 제 취향과 딱 맞아떨어져요. 그리고 제본도안 표지에 떡하니 박혀온 글씨. <이지연님의 장밋빛인생> 아~~ 이 또한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ㅎㅎ 한동안 핑크빛에 퐁다리당당퐁당당 빠져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감이 밀려 와요.  저의 두번째 플젝 작품은 일명 <미친 꽃밭ㅋ>이 되버린 아르장떼유의 양귀비 꽃밭입니다. 이 명화는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했지만 플미엄도안이 없어서 훗날만 기약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지나가는 얘기로 흘린 게 참치급 원화를 땡겨오는 절호의 찬스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신상보다 크기만 살짝 키워서 시작하려구요. 자킬아~~ 고마워~~ 알라븅~~ 아직 도안이 제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조만간 당도하는대로 일기에 올릴게요. 제가 양귀비꽃밭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 중 첫째로 꼽는 것이 바로 하늘(sky)입니다. 전화선으로 모뎀을 쓰던 저 옛날, 천리안 시절부터 제가 사용하던 아이디가 왜 'sisky226'이겠어요? 뻔하지요? sea+sky가 당시엔 글자수 제한에 걸렸을 테고... ^^ 파란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모네 작품을 거실에 꼭 걸어보고 싶어서 그간 두어 차례 시도했었지요. 먼저 2011년 요트.  아래 사진에 뻑이 가서 시작했던 거였지요.ㅋㅋㅋ 여비님이 9카운트 6올수로 아몬드를 하시던데, 저도 낭중에 요렇게 대문짝만하게 해서 걸어 볼까요?^^  이 작품을 하다가 중단한 이유는 하늘빛이 제 성에 차치 않았어요. 원화나 도안의 문제가 아니라 제 색감 취향 탓이죠.ㅎㅎ 이상하게도 제가 레드계열이나 기타 다른 색감엔 별로 까다롭지 않은데 보라 포함해서 블루계열엔 유난히 까탈을 떠는 것 같아요. 이름값 하느라 그러는 걸까요? sisky, 천사... 모두 하늘이랑 연관 있으니.^^ 사실 두 장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를 더 놓아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지만, 유료도안으로 그냥 했더니 일단 크기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고, 아이다가 14ct 화이트오로라였는데 희한하게 수결도 맘에 안들게 나와서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하고 화끈하게 접어 버렸어요. 그러니까 보트는 문어발이 아닙니다. 하나쯤은 잘려도 상관없는 지네발입지요.ㅋㅋㅋ 그 다음 2013년. 몇몇분(?)이 궁금해하실 풍차가 있는 튤립꽃밭.  네네... 맞습니다. 얘는 지진밭을 거쳐 8장씩이나 진도가 나갔더랬습니다. 근데... 인상짝이 나서 중단했다고 하면 감 잡으실런지요? 수틀에서 내리는 순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잠시 얼음이 되었다가 헛웃음이 실실 나왔었지요. 뻔할 뻔자라 줄자를 가져다 재볼 필요도 없었어요. 길이가 딸랑해서 깜놀할 정도였으니까요. 필시 졸면서 원단을 자르고 로드에 말았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건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오뚜기가 발라당 넘어가 일어나지 못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었으니까요.ㅋㅋㅋ 모닝은 두 줄 가지고도 ㅠ.ㅠ였는데... 아마도 저는 두 깍두기도 넘을지 몰라요. 세상에 좋기만 좋고 나쁘기만 나쁜 것이 별로 없듯이 문어발도 나쁘기만 한 건 결코 아니라는 신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제가 한 작품만 잡고서 몇 년간 그것에만 전념했다면... 아마도 모닝처럼 거의 끝줄에 가서야 알았겠지요. 저만큼에서 알았으니 그냥 웃고 말았지, 그게 아니었다면 대성통곡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이 사실을 알면 저보다 더 안타까워 하실 분들이 많아서 여태 비밀로 했는데 이제 이실직고합니다.^^ 근데 저는 진짜로 진짜로 아무렇지 않았고 지금도 아무렇지 않아요. 저도 제가 이렇게 쿨한 여인인지 몰랐습니다. 쏘쿨~~ 쏘쿨쿨쿨~~ ㅎㅎ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뭐. 딴 거하면 그만이지 뭐. 연습했다 생각하지 뭐. 그냥 자기위안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이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 아깝다는 덧글은 삼켜 주세요. 당사자는 하나도 안 아까운데 자꾸 그러시면 나도 아까워해야 하나 갈등 튕길 거 같아요.ㅋㅋㅋ 수틀에 걸려있는 수련을 플젝작으로 신청해서 이번 참에 완성하려고도 했으나 양귀비 꽃밭의 짱!! 하늘에 수련이가 잠시 밀리겠네요. 여기서 잠시란 몇 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스틸워터 이후로 '년' 단위의 시간도 이제 두려움 없이 맞이하게 되었어요. 하나를 통해 여러가지를 체득해 가는 천사입니다.^^ 이제 양귀비꽃밭으로 제가 소망하던 파란 하늘에 세번째 도전합니다. 이번엔 필히 완성작 나와야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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